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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욵효] さくら 01

온앤오프 세 번째 전력 참여


さくら

효진/민석 - 민석/효진

(공, 수 구분 없이 썼어요.)

W. 말리



꽃이 흐드러진 벚나무 아래의 나무 의자에 누가 있었다. 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은 체구였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방심을 해선 안 되었다. 효진은 조심스럽게 뒤로 다가가 그 뒷모습의 목에 칼을 대었다. 아직은 미성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신지요."


옷차림새를 빠르게 훑은 효진은 칼을 거두며 답하였다.


"그저 밤산책도 할 겸, 정찰을 나왔을 뿐이다. 꽤 어려 보이는데, 놀라기는커녕 미동도 없구나. 혹여 훈련이라도 받은 게냐. 아니, 그전에 네 이름이 무엇이냐."


소년은 만지작거리던 벚꽃잎을 떨어뜨리며 슬몃 웃었다. 여전히 그의 뒤에 서 있는 효진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야 제 행색을 파악하시고 나면 칼을 거두리라 생각했으니까요."


소년은 일어서서 뒤를 돌아, 효진에게 머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예의도 없이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김민석이라고 합니다. 아무에게도 훈련을 받은 적도, 혼자 수련한 적도 없으니 안심하셔도 될 듯합니다."


민석이 조아렸던 고개를 들자, 달빛이 그의 미소에 내려와 앉는 듯했다. 아득한 향기에 취한다는 말이 있던가. 효진은 민석의 고운 미소에 취하는 것만 같았다. 정신이 아찔했다. 효진은 그가 앉아 있던 의자에 앉으며 말을 건넸다.


"야밤에 예서 뭘 하고 있는 것이냐. 안 그래도 위험한 곳인지 모르느냐."


이곳은 하나마치 구역, 유곽촌이었다. 비록 유곽을 둘러싼 도랑 밖, 조금 벗어난 곳이긴 했어도 이십 여분을 걸으면 금방 유곽과 세상을 구분 짓는 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효진은 밤산책을 할 생각으로 나왔다가 커다란 벚나무를 발견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그러다 우연찮게 민석과 마주한 것이다. 민석은 그의 곁에 앉으며 답했다.


"벚꽃이 아름다워서요.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 한들, 은은한 달빛과 고운 벚나무 아래서 해를 가하겠습니까."


민석은 기껏해야 열여덟 정도로 보였다.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미가 느껴짐에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는 것이 신비스러울 정도였다. 효진은 민석의 작은 체구, 아름다운 미소, 성숙한 언행, 이 모든 게 끌렸다. 이렇게 단시간에 누군가에게 빠지는 것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이 부근이 유곽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민석의 색(色)을 사고 싶은 것인지. 아무래도 민석을 순수하게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정답일 듯했다.


"내 너를 마음에 두어 버린 것 같구나. 나를 따라가지 않겠니. 내 거처는 예보다 훨씬 안전할 터인데."


승낙할 것이다. 승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얼핏 보아도 사무라이 정도 돼 보이는 사내의 거처에 같이 살자는데, 설마 어떤 이가 거절할까. 하지만 민석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근처가 하나마치라서 그러시는 것입니까. 저는 남색을 파는 아이가 아닙니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닌데, 민석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들릴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게 실수였다. 다른 사무라이였다면 자신에게 무례하다며 벌써 기리스테고멘을 행사하고도 남았을 터. 하지만 효진은 민석의 마음을 얻는 것 외엔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오해하게 만들어 미안하구나. 너를 지켜 주고 싶고, 또 너의 미소를 계속 보고 싶다. 내 뜻이 올바르게 전해졌는지 궁금하구나."


민석은 때마침 떨어지는 꽃잎을 받아, 효진에게 건네며 사과했다.


"멋대로 오해해 버려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 대답은 변하지 않을 듯하여 더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라도 있는 것이냐."

"태어나기를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기를 여기서 자랐습니다. 비록 유녀들처럼 유곽이라는 세상에 속박된 몸은 아니지만, 저는 이곳을 떠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감히 무례하게 거절하오나, 벚이 핀 달밤이니 부디 헤아려 주시기를 바라 봅니다."


민석이 꽃잎과 함께 건넨 조심스러운 거절에, 효진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민석을 원하는 마음은 분명했으나, 자신의 권력과 무력으로 그를 가지고 싶지는 않았다.


"여길,"

"저는,"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예상하지 못한 작은 상황에, 둘 다 가벼운 웃음이 터졌다. 효진은 민석에게 먼저 하려던 말을 이으라고 배려했다.


"저는... 달밤엔 항상 벚나무 아래, 이곳에 있을 겁니다. 혹시라도 제가 보고 싶으시거든, 이곳을 다시 찾아와 주세요."


효진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먼저 해 준 민석이 다시 한 번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효진은 밤바람이 차니 어서 들어가라며 민석의 걱정을 했고, 민석은 그런 효진을 웃으며 배웅했다. 궁으로 돌아온 효진은 밤새 뒤척였다. 그의 방 안에 벚꽃향이 가득 차 있는 것만 같았다.


신하들과의 따분하고 지루했던 긴 회의를 끝내니, 어느새 하늘은 자주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오늘은 구름이 달을 가려 버렸구나. 달빛이 밝지 않으니 그 아이도 보지 못할 것이고. 하늘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효진의 모습은 마치 천상의 옥제와도 같았다. 부드러운 눈빛과 대조된 날카로운 턱선, 다정함과 강함을 동시에 가진 그는 이 나라의 황제였다. 공기가 차갑구나, 이만 들어가자.

온갖 휘황찬란한 비단으로 꾸며진 방 안에 들어서자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의 그곳이 다시 보고 싶었다. 흐드러진 벚나무 가지들, 바닥에 떨어진 수많은 꽃잎들,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뿜는 달빛. 그리고 나의 소년, 김민석까지. 잘 정리된 침상에 앉아 민석의 생각을 했다. 자그마한 몸집이며,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미소를 지을 때 맑게 올라가는 입꼬리. 모든 게 그의 마음을 헤집어 놓았다. 한참을 민석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쯤, 시녀의 단정한 목소리가 그를 깨웠다.


- 야참을 올릴까요, 폐하.


야속하기도 하지. 효진은 야참 대신 벚나무 한 가지를 꺾어 오라 명했다. 밖에서 대답이 들리고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 갈 때쯤, 효진은 다시금 민석의 생각을 했다. 그 아이가 나를 미워하려나. 효진은 벌써부터 다음 번 민석을 만났을 때 늘어놓을 변명거리를 생각했다.




+) 온앤오프 알페스 전력 세 번째 주제 '결속(結束)'과 '신'으로 참여했습니다. 주제가 어렵다 보니 구상도, 전개도 힘들었어서 매끄럽지 못하게 이어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요. ㅠㅠ 아직 주제가 드러나진 않았고, 아마도 다음 편 정도에는 제가 쓰려고 한 '결속'의 의미와 '신'의 정체가 나올 것 같아요. 기다려 주시고, 다음 편도 읽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

+) 제목은 さくら, 일본어로 벚꽃입니다. 기리스테고멘(切捨御免)은 평민 계층에서 무사에게 무례를 범할 경우,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마음대로 살해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합니다.






ONF RPS @Mali_22_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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