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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욵효] さくら 02

효진/민석/효진 중편


さくら

효진/민석 - 민석/효진

(공, 수 구분 없이 썼어요.)

W. 말리



“왜 다친 것이냐. 어디서 뭘 하다가... 다른 이가 해를 입힌 것은 아니고?”
 

효진은 요즘 들어 시시때때로 시비를 걸어오는 수도 근처의 소국 때문에 며칠을 정신 없이 보내서, 달이 밝았음에도 한동안 벚나무 아래를 찾아가지 못했다. 오늘에서야 여유가 생겨서 민석을 보러 왔더니만, 아이는 새끼손가락에 옅은 핏물이 밴 붕대를 감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효진의 목소리에, 민석은 태연하게 웃어 주었다. 


“괜찮습니다. 저를 해할 이도 없거니와, 설마 해하려고 했다면 새끼손가락에만 상처를 입혔겠습니까.” 

“미안하다, 그동안 바빴던 탓에...” 

“저를 보러 오지 못하신 것 때문에 용서를 구하시는 거라면 도로 거둬 주세요. 저도 요 며칠 벚나무를 보러 나오지 못했습니다.”
 

한 나라의 황제가, 꼭 이 신비스러운 아이 앞에서는 터무니없게도 한없이 작은 사람이 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럴 만도 했다. 효진은 제 딴에 비겁하게 바빴다는 핑계를 댔는데도, 민석은 전혀 서운해 않고 부드럽게 효진을 마주해 주었으니. 


“그래, 치료 중이라서 다행이구나. 너는 무슨 연고로 이곳을 못 찾았던 것이냐. 나는 달이 밝은 밤이면 늘 민석이 네 생각뿐이었거늘.” 


실제로도 그러하였다. 효진이 크고작은 사고들을 처리하느라 골치 아파진 틈을 타, 민생까지 덩달아 혼란스러워졌다. 하나를 처리하면 열 개의 문제가 잇달아 생겼고, 상소문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매일 반복되는 신하들과의 시끄러운 언쟁만 오고가는 회의에, 효진은 자정이 가까워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회의가 끝나고 나오면 꼭 한 번씩은 새까만 하늘을 쳐다보곤 했다. 달이 밝은지. 밝은 날에는 아이가 나와 있을지. 혹시 나를 보지 못해서 나처럼 속상할지. 


“엄살을 부리고 싶었던 것이지요. 작은 상처인데도 잘 낫지를 않아서...” 


민석의 말을 들은 효진은 당장이라도 자신의 어의를 부르고 싶었다. 신분 때문에 경계를 취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일까,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된 민석이 배신감을 느끼고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일까. 그러고 보니 아직 아이의 신분도 알지 못했다. 첫 만남 때도 아이는 두루뭉술하게 자신과 관련된 말을 삼갔었다. 이참에 물어볼까도 싶었지만, 효진은 여전히 자신의 정체를 알고 놀랄 민석이 걱정되었다. 게다가 민석은 효진에 대해 아무것도, 이름조차도 모르기 때문에 상당히 불공평하다고 느낀 효진은 결국 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 민석아. 너를 처음 만난 다음 날 밤에 벚가지를 하나 꺾어 갔단다. 네게 단단히도 빠져 버린 게지. 그날 밤도, 다음 날 밤도 내 방에 벚꽃 향만 가득 맴도는 것 같았다. 네가 그리도 그리웠던 거야.” 


고민 끝에 꺼낸 말이 겨우 벚나무 한 가지를 꺾어 갔다는 소리라니. 효진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한심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모습을 보지 못하였는데...” 

“신... 아니, 내 종에게 시켰었다.” 


효진은 하마터면 신하를 시켰다고 말할 뻔했던 순간에 마음을 졸였다. 혹시나 아이가 의심하지 않을까 눈치를 살폈지만, 민석은 단순히 효진의 말실수로 넘긴 듯 보였다.
 

“그럼 벚가지를 꺾던 이가 그 종인가 봅니다. 저도 그날 벚나무를 보러 갔었어요. 아, 손을 다친 것도 그날이네요.” 

“우연도 참 기괴하구나. 설마 내 종이 네게 해를 입힌 것은 아니지? 네가 어리다고 무시를 하지는 않았고?” 

“저도 이제 스물이 되었는데 어리기는요. 벚나무 아래 누군가가 있길래 그곳까지 가지도 않고 돌아섰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도 다른 사람의 형체였거든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저, 그런데...” 


효진을 부르는 민석의 목소리는 둘 이외에는 아무도 들으면 안 된다는 듯이 조심스러웠다. 일순 긴장감이 맴돌기도 전에, 효진은 작아진 목소리에 아이의 걱정이 앞섰다. 


“제가 몸을 돌리려 할 때 그가 나무에서 떨어졌습니다. 얼마나 다쳤었죠? 돌아갈 때 조금 비틀거려서...” 


이렇게 선한 아이가 또 있을까. 자신의 신하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도우러 가지 않았던 것은 조금 의외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두려웠을 수 있었다. 어쨌든 민석은 자기 자신보다 남을 향한 걱정이 우선인 듯하였다. 효진은 민석과 같이 있는 시간이 1초씩 늘어날 때마다 점점 더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괜찮다.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치료도 받게 하고 며칠 쉬게 해 주었어.” 

“아... 천만다행이네요.” 


왜일까. 아이가 탐탁스럽지 않은 태도로 다행이라 말한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다. 


“그가 덜 다친 게 네 마음에 안 드는 게냐.” 

“그럴 리가요. 저는 사람이 다치는 불운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의심해서 미안하구나. 네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길래 그랬다. 내가 벚가지를 꺾어 오라 한 것이니, 원망하려거든 그 종놈 대신 나를 원망하거라.” 


잠자코 효진의 사과를 듣던 민석은 효진의 말이 끝나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효진도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민석과 함께 벚나무 앞에 있는 작은 호수를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흐르던 정적을 깬 건 민석이었다.


“저와 벚나무 사이가 특별해 보이십니까.”


효진은 민석이 뱉은 물음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의미 없이 물어본 것치고는 민석의 목소리가 너무 진지하고 담백했기에. 효진은 꾸민 말보다는 자신이 느끼는 그대로를 말해 주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글쎄, 어쩌면 특별해 보일 수도 있겠지. 너와 벚나무가 특별한 사이인지는 모르겠구나. 그래도 네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벚나무를 아끼는 건 안다. 특히 이 나무는 더 크고 흐드러져서 네가 더 아끼는 것 같구나.”


효진은 말을 마치는 동시에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민석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첫눈에 깊이 빠져든 얼굴을. 아이는 효진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옅은 미소를 지었다.




+) 벚꽃과 관련된 연성인데... 벚꽃이 다 지고 나서야 다음 편을... 시험 공부가 핑계였지만 공부도 안 했기 때문에 뭐라고 할 말이 없어요... 저를 매우 치세요...(?) 어, 그리고 요청이 있었는데 콘티 짜 놓은 게 있어서 장편까지는 아니고, 한 중단편까지는 쓸 것 같아요!

+) 사실 유일하게 만족한 글이기도 하고, 콘셉트부터 분위기 등등까지 너무 좋아하는 글이에요! 근데 첫 시작을 너무 신비롭고 예쁘게(?) 써 버린 것 같아서(?) 다음을 잇기가 부담스러웠었어요... ㅠㅠ 근데 제 독자라고 해 주시는 어떤 한 분께서 직접 트위터로 찾아와 디엠도 주시고 하셔서!!! 이따구로 써 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ㅠ

ONF RPS @Mali_22_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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