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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셚] 나의 항아에게. 04

효진/창윤 장편


나의 항아에게.

효진/창윤

W. 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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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하룻밤의 꿈인 듯하였다. 광화문에서 있을 행사에 가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를 마치고 나왔더니, 효진이 여느 때처럼 대기 중이었다. 게다가 첫 마디는 “저하, 조금 서두르셔야겠습니다.”라니. 하지만 다행히도 효진은 어제가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효진은 창윤이 탄 차의 문을 느릿느릿 닫으며 잘 잤어? 하고 소곤거렸다. 그제야 초조했던 창윤의 얼굴은 긴장이 조금 풀린 듯했다.
 

지잉-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보나마나 효진이 보낸 장난스러운 메시지일 거라 생각한 창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승준바보] 창윤아 우리 친구야? 일단 나는 너 믿는데 너는 나 믿어?
 

너무 갑자기, 그리고 너무 뜬금없었다. 항상 밝고 가벼운 친구였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책임감도 강하고 생각이 깊은 아이였기에 걱정이 되었다. 창윤은 조수석과 방음 가리막이 확실히 쳐져 있는지 확인하고, 바로 승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승준이 전화를 받았다. 


- 엥, 웬일임! 

“너 장난이면 혼날 줄 알아. 뭔데, 왜.” 

- 아아, 톡 때문에 전화한 거야? 해도 괜찮아? 외부인이랑 연락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다며. 

“그래서 이게 얼마 만에 목소리 듣는 건데. 싫어? 몇 년 간격으로 연락해 줘? 그래서 무슨 일인데.” 

- 내가 물어본 거에 대한 대답을 못 들었는데용~ 

“당연한 거 아냐?” 

- 오케이, 그럼 잠시만! 심호흡 좀 해야 돼. 


승준의 말투는 한결같이 장난스러웠지만, 오늘따라 목소리가 유독 긴장한 것처럼 들렸다. 전화 너머로 크흠흠,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승준이 목소리를 한껏 깔고 창윤을 불렀다. 


- 진짜, 진짜, 진짜로 중요하고 비밀스러운 얘기니까 잘 들어야 돼. 뭐? 하고 다시 물어보거나 그런 거 없어. 

“알겠으니까 그 목소리는 평소처럼 하지 그래.” 

- 치, 단호박만 먹는 세자 같으니라구. 할 말이 뭐냐면, 나 커밍아웃이란 걸 할 거야. 


커미, 뭐? 입에 뭐라도 물고 있었다면 좌석 시트가 더러워지는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커밍아웃... 커밍아웃? 창윤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다. 충격을 받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는 창윤의 사정을 다 안다는 듯이 승준이 추가 설명을 붙여 주었다. 


- 지금 네가 생각하는 그 커밍아웃 맞아. 나 며칠 전부터 아는 후배랑 사귀고 있어. 그 후배의 성별은 나랑 동성이구. 어때, 이 형아 쫌 멋있지? 응? 응? 


음, 막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사실 창윤은 자신의 반응이 생각보다 되게 무덤덤해서 오히려 자신에게 놀랐다. 오랜 시간을 성소수자라고 불렸던 이들의 수가 소수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일까.
 

창윤의 아버지는 왕위에 오르고 나서 3년 만에 성소수자들에 관련한 발언을 꺼냈고, 지금까지 동성애 합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미 아내를 두신 분이 왜 그렇게까지 성소수자들을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왕의 노력에 국민들도 자발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고, 사회적 인식도 크게 변하면서 창윤은 자신의 인식도 변해 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창윤은 하나도 놀라지 않은 척, 괜히 더 장난스럽게 승준의 고백을 축하해 주었다. 


“연하남이라니, 우리 승준이 능력 좀 있네?” 

- 뭐야, 너. 너 왜 안 놀라? 어... 근데 그것보다 너 괜찮아...? 

“뭐가. 난 애인 없어서 배 아프지 않냐고?” 

- 허얼, 이창윤... 너 짱 감동이다. 나중에 너 시간 될 때 형아가 옷 왕창 사 줄게, 꼭 연락해! 


그래, 하며 즐겁게 전화를 끊으려니, 수화기 너머로 창윤을 다급하게 부르는 승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창윤, 이창윤!!! 

“승준아, 개... 아니, 굉장히 시끄럽단다.” 

- 아니이, 고맙다구. 아무렇지 않게 들어 준 것도 그렇고, 내 친구 해 준 것도, 헤헤. 

“그게 뭐가 고마워. 알았으니까 다음에 또 연락하자. 나 이제 곧 도착할 것 같아서.” 


승준이 해맑은 목소리로 응응, 거리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정말로 전화를 끊었다. 드르륵- 조수석과 뒷자리 사이의 가림막 커튼이 살짝 열렸다. 사이로 붉은색 머리카락이 빼죽 나타나더니 효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하, 다 도착했습니다. 지금 문을 열어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나가도 될 것 같구나.” 


둘이서만 있을 때는 그나마 편한 반말과 가벼운 높임말로 대화해도 됐지만, 기사처럼 제 3자가 있을 때는 극존대를 받아야 했으므로 창윤은 항상 타인을 동반한 외출이 부담스러웠다. 그럴 때면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자신에게 예의를 깍듯이 차리는 효진이 신기하기도 했다. 달칵- 문이 열리고 다정한 손이 들어왔다.
 

“오래 앉아 계셔서 힘드실 텐데 손을 잡아 드려도 될까요, 저하.” 


정말 이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태생적인 매너인지 연애 경험이 많은 건지 구분이 안 간다니까. 창윤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살풋이 웃으며 효진의 손을 잡았다. 어색한 하대는 덤으로.
 

“고마... 아니, 고맙구나.” 


행사는 전체적으로 지루했다. 애초에 무슨 행사인지도 제대로 몰랐고, 그렇다고 해서 창윤의 역할도 딱히 없었으니까. 그냥 서울시의 어쩌고 저쩌고를 위해 세자인 창윤이 특별히 직접 축하하러 와 주셨다, 이런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 여름이 거의 지나가고 초가을로 접어드는 시기였음에도 한낱의 태양은 뜨거웠다. 위엄을 지켜야 한다는 그런 뭐 같은 압박감에 손 부채질조차 못하고 있는데, 옆에서 간지러운 바람이 느껴졌다.
 

“응...?”
 

효진이 어떻게 알고 어디선가 부채를 가져와, 자신의 옆에서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빤히 올려다보는 창윤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효진은 몸을 숙여 창윤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더워 보이길래. 우리 저하, 혹시라도 열사병 걸려서 아프면 나한테 불똥이 튀니까.” 


귀여웠다. 항상 대놓고 다정하게 챙겨 주던 효진이 아무것도 아닌 척 괜히 튕기는 모습이. 그 모습이 귀여운 이유는... 글쎄, 왜인지는 모르겠다. 창윤은 효진에게 다시 몸을 기울여 보라고 손짓했다.
 

“고마운데, 츤데레인 척 구는 거 안 어울려. 되게 어색해. 너 배우 했으면 큰일이었겠다.” 

“괜찮아. 발연기여도 잘생김으로 먹고 들어가는 배우가 얼마나 많은데.”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겨우 몇 년 못 봤다고 사람이 이렇게까지 능글맞아질 수가 있는 건가. 창윤은 짐짓 실눈을 뜨고 효진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뻔뻔함을 유지하기란 창윤에게도, 효진에게도 서로 어려운 일이었다. 얼마 안 가 쿡쿡거리는 웃음이 터졌고, 덕분에 효진은 애써 웃음을 참느라 씰룩거리는 입꼬리가 고생이었다. 창윤은 외로웠던 날들이 서서히 안정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왕자로서의 일상 속에서 이런 사소한 기억을 만드는 게 가장 행복했고, 실제로 효진이 입궁하고 나서부터 그렇게 되고 있으니까.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가면 갈수록 퀄리티도 떨어지고 필력도 떨어지는 것 같아서 굉장히 짜증이 나 버리는 걸 어떡할까요... 그래서 점점 쓰기 싫어지는 이 인성도 어떡하지... 그래도 이번 거 분량 꽤 넘쳐 버려서 다행이네요. 아니, 뭐래... 똥으로 분량을 가득 채워서 죄송할 따름이고 저는 할 말이 없고...(청문회ver

ONF RPS @Mali_22_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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