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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욵효] さくら 03

효진/민석/효진 중편


さくら

효진/민석 - 민석/효진

(공, 수 구분 없이 썼어요.)

W. 말리



붉은 선혈이 낭자하고 역겨운 피비린내만 잔뜩 진동하는 곳. 떨어진 연분홍 꽃잎이 붉게 물들고, 그 사이에 가장 붉고도 새하얀 아이가 서 있는 게 보인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시 생각해 보니, 마치 아이가 저 꽃잎들을 물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언제나처럼 이른 새벽에 눈을 뜬 효진의 코끝에 벚꽃향이 맴돌았다. 평소와 다르게 몽롱한데, 이상하게도 방금 전의 꿈은 괴이할 정도로 선명했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들은 효진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촛대를 보았다. 자기 전에 걸어 두었던 벚꽃이 시들지 않고 생생했다. 꽃잎이 연해서 꺾어 놓으면 몇 분도 채 못 버티고 시드는 꽃인데. 어쩌면 이때가 민석에 대한 의문이 의심으로 바뀌었던 시점일지도 모른다.

- 폐하, 미즈구치 유토 고문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들여라. 둘이 함께 먹을 테니 조반상도 넉넉히 준비하고.”

문이 열리며 단정하게 차려 입은 유토가 모습을 보였다. 아침 식사를 같이 하자는 황제의 과분한 친절에 유토는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상을 물리실 때쯤 가벼운 차 한 잔만 하사해 주셔도 충분합니다.”
“그래, 그럼 오늘은 조금 거북하니 간단하게 내 오거라.”

머리가 복잡하던 차에 때마침 찾아온 유토는 그 누구보다 반가웠다. 7대째를 이어 황궁의 가장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유토는 미야 사무라이 집안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곤란할 때마다 명쾌한 해답을 조심스럽게 건네는 유토에게 신뢰감이 쌓여 가는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신뢰가 쌓인 유토는 황제가 벗으로 대하는 유일한 신하였다.

“한동안 오지 않더니 웬일인가. 물론 그동안 내가 바빴던 탓도 있겠지만 말이야.”
“조사할 것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폐하께서 요즘 외출이 잦으시다는데, 어딜 그렇게 다녀오시는 겁니까.”
“아아, 자네가 호위무사와 벗이라는 걸 잊고 있었군.”
“그 외출에 대해 아뢸 말씀이 있어서 이른 아침부터 급하게 찾아 뵈었습니다.”


적당한 타이밍에 황제의 조반상이 들어왔고, 그동안 유토는 자신이 조사해 온 문헌들을 찬찬히 정리했다. 효진은 유토가 가져온 문헌들을 눈으로 흘낏 훑어보았는데, 그중에는 조선과 명나라에서 들여온 서적들도 보였다. 마침내 상이 물러가고 둘 사이에 다과상이 놓이자, 그제야 유토는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방 안을 휘젓는 향은 저기 달려 있는 벚꽃 때문인 듯한데, 머리가 지끈거리지는 않으십니까.”
“역시 자네는 항상 나보다 한 발 앞서 있구만. 시들지 않는 벚꽃, 기이할 정도로 흐드러진 커다란 벚나무, 그 신비스러운 소년. 내가 아는 건 이 세 가지가 전부일세. 자네는 내게 무슨 정보를 줄 텐가.”


유토는 자리에서 일어서 효진의 등 뒤쪽으로 가더니, 촛대에 매달려 있던 실을 끊어 벚꽃을 들었다. 그 상태로 문을 향해 가더니, 잠시 멈춰서 효진에게로 몸을 돌렸다.


“일단 이것부터 치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폐하의 것이니 처리 여부는 폐하께서 결정하시지요.”

효진이 고개를 살짝 끄덕여 긍정의 대답을 하자, 유토는 바로 문을 열고서 대기 중이던 시녀에게 최대한 밖으로 가져다 버리라고 했다.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폐하께서는 저 벚꽃의 향기에 취해 계셨습니다.”
“그런 것 같네. 눈을 떴을 때 평소와 다르게 몽롱함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거든.”
“폐하께서 이걸 직접 다 읽어 보시면 좋겠지만, 오후에 회의도 있고 사신도 맞이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간략히 요약해 드릴 테니, 빠른 시일 내에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이 서적들을 보신다면 도움이 될 겁니다.”

유토는 자신이 가져온 옛 서적들을 효진 쪽으로 밀었다. 그러고선 누가 들으면 안 된다는 듯, 방 안에 둘밖에 없는데도 목소리를 낮추었다.

“한 나라의 황제가 신에게 홀렸다는 말이 새어나가면 안 되니, 목소리를 조금만 낮추겠습니다.”
“홀리다니, 게다가 신에게? 분명 악귀를 말하는 것은 아닐 테지.”
“다행히도요.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폐하께서 찾아가시는 그 소년은 벚나무 수호신인 ‘라운’으로 추정됩니다. 그는 모든 벚나무를 보살피는데, 그가 특히 아끼는 벚나무는 꽃이 유난히도 흐드러지고, 쉽게 시들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페하께서 지니고 계시던 벚꽃처럼 향은 몇 배나 더 진하고요.”

옛날 옛적 신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효진은 유토의 말이 괜히 장난이겠지 싶어서 헛웃음을 터뜨렸지만, 유토의 표정에 장난기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유토는 다시 말을 이었다.

“100년을 살면 인간의 나이로 1살이 되고, 나이가 계속 들어도 십대 소년의 외모를 가진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최근에 신하 한 명이 벚가지를 꺾어 오다가 다쳤다면서요? 자신이 가장 공들여서 수호하는 벚나무를 해하려는 이가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벌을 내린다는 기록이 있었습니다.”


효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어제의 외출이 생각났다. 민석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분명히 기억난다.

‘얼마나 다쳤었죠? 돌아갈 때 조금 비틀거려서...’

그날, 신하가 한 손에 벚가지를 들고 절뚝이며 황궁에 걸어 들어왔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조금 이상했다. “많이 다친 것 같았습니다.” 혹은 “돌아가서 상태가 괜찮았나요?” 라며 다친 이의 안부를 걱정하고 궁금해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니까. 아이는 ‘얼마나’ 다쳤느냐고 물었다. 그때 의아했던 부분이 맞았던 것이다. 질문이 다소 이상했던 이유, 사람이 나무에서 떨어진 걸 보면서도 돕지 않았던 이유. 벚가지를 꺾는 게 괘씸했을 테지.

“그 아이였구나.”

유토가 방금 보고한 바로는 그 민석이라는 아이가 벚나무의 수호신인 ‘라운’이라는 말이다. 언젠가 민석이 나이를 말해 준 적이 있던 것 같은데... 맞다, 자신이 올해 스물이 되었다고 했었다. 25년을 산 자신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기뻐했었다. 5살 터울은커녕, 효진은 라운이 살아온 세월을 헤아릴 수도 없을 것만 같았다. 문득 민석이 손가락을 다친 게 생각났다.

“벚나무가 다치면 라운도 상처를 입는 것이냐. 신하가 벚가지를 꺾은 날 민석, 아니 라운도 손가락을 다쳤다고 했네.”

“아마 제 생각에는 폐하께서 라운과 함께 즐기셨던 벚나무가 라운이 결속한 나무인가 봅니다. 그렇다면 벚가지를 꺾었을 때 라운의 손가락에도 상처가 생겼던 게 성립되지요.”

배신감은 크게 다가왔다. 자신의 사람을 해하려고 하였다. 마냥 착하고 순수한 소년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 어여쁜 아이가 자신의 사람을 다치게 하였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팠다.

‘그럴 리가요. 저는 사람이 다치는 불운을 좋아히지 않습니다.’

그 말은 거짓말이었나 보구나. 아끼던 아이의 얼굴이 라운의 얼굴이 되었고, 민석이 했던 모든 말이 벚나무 수호신이 했던 말로 바뀌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사람을 쉽게 믿지도, 정을 주지도 못하는 황제에게 이 상황은 배신감보다 더 큰 상실감을 가져왔다.

“그 벚나무를 자르면 어떻게 될지 예상해 보아라.”
“예?”
“지금 라운이 그 커다란 벚나무에 결속한 상태일 거라 하지 않았는가. 그 벚나무를 자르면 그 아이가 어떻게 될까.”
“폐, 폐하... 그건 단순히 저의 추측에 불과한 데다,”
“자네는 내가 황자일 때부터 나를 봐 왔지 않나. 그 아이가 정말 라운이라는 신이라면 내 신분도 알고 있었겠지. 라운은 그동안 참 재미있었겠어. 나는 그 애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걱정으로 하루를 가득 채웠었는데.”

효진의 말대로 유토는 효진이 황자일 때부터 황제가 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봐 온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걱정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신분을 자각한 효진은 사람을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고, 한 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믿는 편이었다. 만약 믿었던 사람이 배신한다면, 효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잔인한 방법으로 배신자를 처단했다. 지금 상황에 한동안 잠들었던 폭군이 되살아난다면 민심은 곤두박질칠 것이 뻔했다.

"해시(亥時, 밤 9시부터 11시까지)에 이곳에서 다시 보지. 그때까지 그 아이가 라운인지 확인하고, 맞다면 라운과 그 벚나무 사이의 연관성을 확실하게 조사해 오게."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철저했던 황제가, 주변을 가득 채운 벚꽃향과 정체도 모르는 신비로운 소년에게 한순간에 취해 버리다니. 아마 효진은 속으로 무자비한 자책을 쏟고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해시까지는 정확히 반나절, 그동안 유토는 할 일이 많았다.

소년과 라운이 동일한지, 라운이 현재 결속한 벚나무가 있는지, 그리고 깨어날 폭군을 어떻게 잠재울지.





+) 정말... 한 몇 달만에 쓰는 것 같은데... 내용이 망해 버려서... 너무 슬픕니다... 흑흑... 그나마 좋아했던 글인데 제일 망쳐 버렸어...

+) 추가합니다. ㅠㅠ 처음 전력에 참여할 때 아마 결속과 신으로 참여한 것 같은데, 신은 보시다시피 민석이의 존재가 신이구요!! 음... 결속의 의미는 신 라운이 벚나무와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포함이 되고, 효진이가 민석이에게 빠져 버린... 그런(?) 의미도 있습니당. ㅎㅎ

ONF RPS @Mali_22_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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