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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셚] 나의 항아에게. 05

효진/창윤 장편


나의 항아에게.

효진/창윤

W. 말리


*****

탕- 사격장에 시끄러운 총성이 울렸다. 효진의 곁에 서 있던 창윤은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고, 효진은 사격용 고글을 벗으며 리볼버를 내려 놓았다.
 

“텐(ten). 이 정도면 스승으로서 나쁘지 않은 실력일 것 같습니다, 저하.” 

“밖에 사람만 없었어 봐. 아주 나 잘하지? 하면서 날뛰겠네.” 

“쉿, 들으면 어떡하려고 그러십니까.” 

“괜찮아, 방음 처리 다 되어 있다며.” 


둘밖에 없는 사격장 안에서 효진과 창윤은 조용히 속삭이며 쿡쿡 웃었다. 전보다 한층 편해진, 어쩌면 가장 깊었던 고등학교 때의 우정이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둘이었다. 요즘은 틈만 보이면 반말은 기본인 데다, 툭툭거리는 장난은 보너스였으니 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습 좀 하실까요. 우선 장전 안 된 걸로 자세부터 잡자.” 


효진이 사격장 사무소에서 받아 온 새 리볼버를 창윤에게 건넸다. 곧이어 자신의 리볼버에서 총알을 전부 빼고서 창윤 쪽으로 다가갔다.
 

“너, 총 들고 있는 거 생각보다 위협적인 거 알아?” 

“저하께 겨눌 생각은 죽어도 없으니 걱정 마시고, 총 쥐는 방법부터 제대로 배우셔야겠네요.” 


창윤은 입꼬리에 능글거리는 웃음을 건 채로 은근슬쩍 놀려대는 효진을 얄밉지 않게 흘겨보았다. 하여튼 김효진, 편해지고 나니까 막 나대요, 아주. 


효진은 창윤이 자신을 따라 권총을 손에 쥐는 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터뜨리며 창윤의 앞으로 성큼 더 다가왔다. 마주보고선 두 사람은, 마치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창윤이 놓쳤던 농구공을 효진이 건네주던 거리보다도 가까웠다.
 

“그렇게 잡으면 반동으로 우리 저하께서 먼저 쓰러지시겠는데.” 

“이게 뭐,” 


효진의 두 손이 권총을 들고 있는 창윤의 오른손에 닿았다. 고개를 숙여 손가락 하나하나씩 위치를 잡아 주느라 창윤의 눈앞에는 효진의 붉은 머리카락밖에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자세 교정을 위한 건데, 기분이 묘했다. 손에 힘이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언제부터 손가락 하나하나의 감각이 예민했던 거지...? 


“야.” 

“우악!!” 


효진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고, 놀란 창윤은 뒤로 물러섰다. 아니, 물러서려고 했지만 오른손이 여전히 효진에게 잡혀 있어서 그럴 수 없었다. 그러니까, 창윤과 효진의 얼굴에 서로의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는 말이다. 코끝 사이에 손바닥 하나는 들어갈까. 창윤은 볼과 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미친, 나 지금 얼굴 달아오른 거야? 


“너,” 

“아니!!!” 

“귀 터지겠네... 뭐야, 시작부터 지적받아서 짜증 나?” 

“어...? 그건 무슨 소리야. 너 무슨 말 하려고 했는데...?” 

“총 들고 있는 손에 그렇게 힘 빠지면 손목 나간다고.” 


아... 창윤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근데 왜? 너, 다음에 무슨 말을 하길 기대한 건데? 혼란스러웠다. 대체 김효진에게 뭘 기대한 거지? 복잡한 머리에 가만히 서 있는 창윤이, 효진의 눈에는 그저 멍 때리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지만. 


“저하.” 

“응.” 

“세자 저하.” 

“응... 응? 어, 미안... 왜?”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해. 뭐 신경 쓰이는 일 있어?” 


또 가까워졌다. 눈이 마주치고, 또다시 호흡이 서로에게 전해지는 정도의 거리. 순간 지난번 침상에서의 장난이 생각났다. 창윤의 눈앞에 효진의 얼굴이 훅 가까워졌던 그날. 하필 왜 그 장면이 지금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건데. 잠깐, 정말 잠깐만 보류하기로 하자. 창윤은 효진의 생각을 계속하다가는 영영 효진의 생각에서 못 헤어나올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아니야. 연습하자. 이렇게 잡으면 되지?” 


잠시 창윤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던 효진은 곧 그래, 라며 창윤의 사격 연습을 도와주었다. 얼굴, 손가락, 손, 어깨, 팔꿈치, 골반, 발까지. 효진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었다. 물론 정확한 자세를 위한 효진의 세세한 코칭이었지만, 창윤은 효진이 건드릴 때마다 자꾸만 몸이 움찔거리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심했으면, 


“혹시 터치하고 그런 거, 불편하면 말해. 내내 긴장하던데.” 


효진이 눈치를 보며 이렇게 말할 정도였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효진 쪽이 아니라 오히려 창윤 자신이었다. 몸은 이렇게 민감했었나, 싶을 정도로 예민하게 신경이 곤두섰고, 그때마다 벚꽃잎이 한 장씩 쌓이는 듯한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아마 창윤이 느낀 그 간질간질한 느낌은 설렌다는 감정일 것이다. 그리고 그 설렘은 창윤에게 “너는 김효진을 좋아해.”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음은 심란하지, 온 신경은 효진을 향하고 있지. 통 집중이 되지를 않아서 미안해진 창윤은 몸 상태가 별로라고 둘러대며 연습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같이 정리하자는 창윤을 극구 말리고서 자기 혼자 다 정리하고 있는 효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이 짜증날 정도로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짜증은 내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효진에게 내기는 싫고, 그러다 보니 안타깝게도 붉은색이 타깃이 되었다. 검은 호위복 사이로 드러나는 붉은색 천들. 대체 어떤 놈의 재단사가 검은 옷에 포인트를 붉은색으로 둔 건지, 짜증났다. 물빠진 머리카락 색도 여전히 붉은색, 짜증나. 


“뭐가 그렇게 심기에 거슬리십니까.” 


응? 아... 하긴 창윤이 몇 분을 효진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기는 했다. 그 정도 시선도 못 알아차릴 리가.
 

“아니, 그냥... 넌 붉은 계역 색이 진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저하는 검은색이 참 잘 어울리십니다. 그래서 마치 제 옷처럼 저하와 제가... 엥? 헐, 탄환 하나 어디 갔냐. 큰일 났,” 

“멍청이, 너 아까 한 발 쏘셨거든요? 네 옷처럼 너랑 나랑 뭐.” 

“아, 그랬지. 그냥 뭐, 잘 어울린다고.” 


창윤은 자신이 요즘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생각했다. 지금 상황만 봐도 그랬다. 왜 저렇게 말을 애매모호하게 해. 나랑 자기랑 잘 어울린다는 게, 설마 사심이려나? 그 의미가 아니면 친구 사이로 잘 어울린다고 말했겠지, 안 그래? 이렇게 멋대로 해석하고 나면 자기 전까지 자책만 하기 바빴다.
 

“또 멍 때린다. 가자.” 


혼자 일어날 수 있는데도 굳이 손을 내미는 것까지. 왜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던 것들이 지금은 대수롭게 느껴지는지. 창윤은 효진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창윤은 조금씩 자신의 혼란스러움이 확신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꼈다. 어쩌면 효진에게 쌓였던 감정들이 깊은 우정이 아니라 짙은 애정이었을지도 모른다고. 

 



+) ㅎㅎ... 장편은 정기적으로 연재할 거 아니면 쉽게 시작하면 안 될 것 같네요... 전개도 점점 산으로 가고... 연성러 때려치워야지... ㅠㅁㅠ 

ONF RPS @Mali_22_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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