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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승] 그 여름부터 크리스마스까지 下

효진/승준 단편


그 여름부터 크리스마스까지

W. 말리

효진/승준


#6

띵동- 구 년 전처럼 효진이 문을 열고 나왔다.


“안녕, 오랜만이야.”

“오랜만이네. 게다가 더 말랐고.”

“응, 배고프다.”

“삼김, 불닭, 초코우유, 스크류바. 후식까지 준비했다. 멋있지?”

“어쩔 수 없다. 김효진이 최고네.”

“알아. 역시 이 형님이 짱이지.”

“말하지 말걸. 저기, 뭐... 오랜만에 어린왕자 다시 읽었는데, 아니... 뭐... 그냥...”


승준은 효진에게 연보랏빛 작은 쪽지를 건넸다.


Of course I love you. It was my fault you never knew. It doesn't matter. But you were just as silly as I was. Try to be happy.


승준은 조금 긴장한 듯 , 효진을 바라보는 새까만 눈동자가 흔들렸다. 효진은 쪽지를 아무렇게나 꾸겨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시선이 닿자 승준은 눈을 피했다. 효진은 잠자코 승준을 쳐다보았다.


우리, 십 년 동안 서로 볼 거 못 볼 거 다 알고 지냈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야, 나 생각보다 숨긴 거 많다? 널 처음 본 열 살의 그날에, 네가 준 시루떡을 엄마한테 갖다 드리면서 물어봤어. 이거, 옆집 이사 온 애가 준 건데, 나 걔랑 결혼해도 돼? 얘는, 나 말고 그 애한테 물어봐야지. 그렇게 웃으면서 대답해 주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새삼 감사하네. 아, 네가 예중 떨어진 날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갔잖아. 네가 우는 바람에 떡볶이 소스도 다 굳고 그랬는데. 그날 너 달래면서 많이 속상하기도 했는데, 사실 같은 중학교 다닐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기뻤다? 맞다, 우리 학교는 8시까지 등교였어. 예고 등교 시간 더럽게 빠르더라. 집 앞에 그 짧은 골목길을 너랑 겨우 몇 분 걷겠다고 맨날 30분이나 일찍 등교하다니. 너 버스 타고 가는 거 부럽더라... 그리고 나 사실 그동안 고백들 전부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거절했다. 나 순애보 쩔지? 이제 정말 숨기는 거 없어. 그러니까,


“나 행복해지라고?”

“싫으면 불행하든가...”

“좋아해.”

“어...?”

“너는?”


 

epilogue.

오늘은 승준과 효진이 함께 맞는 10번째 크리스마스, 그리고 둘만의 1일이다. 오랜만의 승준의 집으로 넘어간 효진은 익숙하게 담요를 찾아 꺼내서 소파에 앉아, 승준을 보고 옆자리를 두드렸다. 승준은 니 집인 줄, 하고 투덜거리면서 담요와 효진의 품 사이를 파고들어 앉았다.


“야, 근데 나 좀 억울해.”

“뭐가.”

“난 첫사랑이랑 첫 연애하는데, 넌 아니잖아.”

“나돈데.”


순간 정적이 흘렀다. 승준은 뭐가 문제냐는 듯 효진을 바라보았고, 효진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냐는 듯 승준을 바라보았다.


“... 너 그럼 걔가 첫사랑이었냐...?”
 

푸하하하하, 대박. 아, 진짜 개웃기네. 승준은 숨 넘어갈 듯 효진을 때리면서까지 깔깔거리며 웃었다.
 

“뭐래. 친한 후배였어. 그때 작품 받았을 때 후배들이랑 같이 짰는데, 걔랑 나랑 연인의 뭐시기를 표현해라, 뭐 이딴 주제 받아서.”

“사기 친 거라고???”

“사기까지는 아니고, 거짓말.”

“와, 집 앞까지 데려준 것도 가짜였어... 나 걔랑 눈인사 했는데.”

“작품 이해와 몰입을 위한 연습이었던 거지. 연기는 배우만 하는 줄 알아? 무용하는 사람들한테 얼마나 중요,”

“시파알... 대학 입학하면 작품 더 많이 받잖아. 나 전공 바꿀래.”
 

승준이 효진을 빤히 쳐다보더니,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개인적으로 난 같은 업계 종사자랑은 안 사귀고 싶어. 헤어질래?”

“1일부터 졸라 살벌하네. 오빠가 경영학 복수 뛰어서 회사 차린다는 소리였어. CEO 남친 어때.”

“좋아.”

“역시 영앤리치... 빅앤핸섬... 또 뭐더라...”

“지랄하지 마. 그리고 너 별로 안 커 보여.”

“뭐? 야, 너는 어떻게 나한테... 너무해... 이씨, 나중에 결혼은 다른 새끼랑 할 거지?”

“뭐래. 그냥 좋다고, 너라서. 너여서 좋은 거야.”


10년 동안 제일 가까운 곳에서 참 멀리도 돌아왔지만, 나의 하루 속에 단 하루도 네가 없었던 하루는 없었어. 그 열 살의 여름부터 지금 열아홉의 크리스마스까지.




+) 오랜만에 어린왕자 읽다가 뽐뿌 받아서 인용 좀 해 보았습니당...

ONF RPS @Mali_22_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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